Wednesday's child, Mercredi

황량한 2월 어느날의 일기 본문

=多餘的話= 2001~2007/=多餘的話= 第二期

황량한 2월 어느날의 일기

mercredi 2005. 2. 23. 18:59
-우선 사실은 언제나 외로운 이녀석을 비웃지는 말아주시얍.

나는 외롭다. 지금 외롭고 어제도 외로웠으며 그제도 외로웠다. 1년 전에도 외로웠으며 그 1년 전에도 외로웠다. 대학에 막 입학했을 때도 외로웠고 처음으로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느꼈을 무렵에도 외로웠다. 나는 나이가 들면 이런 외로움이 가실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해가 지나도 여전히 외로웠고 지금도 물론 외롭다. 그리고 나는 누군가의 사랑을 받으면 외로움이 가실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리저리 사랑을 찾아 헤맸다. 그러나 사랑은 순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뿐이었다. 그것이 수확이라면 수확이다. 나는 언제나 외로운 사람이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듯이 사실 나는 태어났을 때부터 외로웠다. 단지 스스로가 외롭다는 사실을 자각한 것이 20대에 들어서서였을 뿐이다. 외로움은 일종의 결핍 같은 것이다. 홀로 자기 자신만을 위한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바라고 소망하지만 그 무엇은 절대로 채워지지 않는다. 그래서 언제나 외롭다. 외로움을 외면하려고도 해보았고 외로움을 거세해보려고도 했다. 아니면 다른 무엇이나 다른 누군가를 통해 외로움을 희석시켜보려고도 했다. 그렇지만 외로움은 절대로 없어질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지금은 그냥 이 외로움이라는 녀석을 무덤까지 같이 갈 친구..라고 하기는 좀 뭐하지만 여튼 그런 것으로 여기기로 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좀 편하다. 그렇지만 그렇게 생각하게 되기까지는 매우 오랜 시간이 걸렸고 많은 고통과 시행착오가 따르는 일이었다. 이제 겨우 외로움에 당하지 않고 외로움을 대등하게 바라보거나 조절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생각인 것이다. 하지만 조절하고 관조할 수 있을 뿐이지 외로움을 완전히 이겨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그 누구도 자기 자신이 지닌 외로움을 완전히 이길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단지 바라볼 뿐. 단지 감지할 뿐.

바람이 휘몰아치는 황량한 벌판에 홀로 떨어져서 정신 없이 울고불고 하다가 이제 겨우 침착해져서 주위를 한 번 둘러보고 옷깃을 꼭 여미고 무표정하게 발걸음을 옮길 뿐이다. 하지만 여전히 춥고 배는 고프고 상처는 쓰리다. 그렇지만 걸어갈 수 있으니 다행 아닌가. 또 사실은 적응하지 못했던 기간 동안에도 여전히 나는 기어가던 굴러가던 미끄러지던 앞으로 나아갔다는 것이고.

무표정하게(무표정할 수밖에 없다-_-) 바람 부는 벌판을 홀로 걸어가면서 나는 언젠가 나를 반갑게 맞아줄 따스한 사람들과 좋은 날씨 아름다운 풍경의 아늑한 마을을 만나기를 바란다. 설사 그것이 “너무나도 동화적이어서 어이가 없는” 소망일지라도.





요즘 참 많이 거칠어지고 거칠어졌다. 다시 사랑을 해야 마음이 부드러워지려나. 그렇지만 사랑 없이도 부드러워지는 법을 먼저 익혀야 한다.




그리고 난 대체 언제쯤 이런 찌질궁상스러운 글좀 그만 쓰게 될까. Heaven knows-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