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s child, Mercre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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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多餘的話= 2001~2007/=多餘的話= 第一期

땡깡

mercredi 2004. 10. 21. 16:42
그래 한 번 다 풀어봐. 그러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누구한테 얼굴 들고 눈 마주치고 말하기 부끄러웠던 욕망들, 이야기 해봐. 날씨가 추울 때만 남자친구가 있었으면 해? 다른 땐 귀찮고? 외롭고 섹스하고 싶을 때만 착하고 헌신적이고 든든한 남자친구가 있었으면 좋겠고? 길가다 주얼리샵 앞을 지날 때면 누가 나 반지나 귀걸이 사주는 사람(정확히 남자잖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빠지곤 하지? 그리고 각종 무슨무슨 날들이면 널 공주처럼 떠받들어주면서 멋진 저녁식사, 비싼 선물, 화려한 이벤트로 모셔줄 남친도 있었으면 하고 말야. 그래그래. 귀찮아 하지도 않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들 다 잘 들어주고 자상하기 그지 없고 안아달라면 안아주고 뽀뽀해달라면 뽀뽀해주고 얼른 끝냈으면 할 땐 얼른 끝내고 좀 더 잘 했으면 할 땐 알아서 더 잘 하고 흠... 그래... 집에도 잘 데려다 주고 전화 잘 하고 전화 잘 받고 언제나 니 편 들어주고 싸우고 나면 "그냥 잊어버리고 다시 잘 지내면 되지 뭐!" 이런 식이 아니고 너 하고 싶은 말 다 들어주고 이해도 해주고? 좋아 좋아... 그리고 또 너 없으면 못 살고(단 귀찮게는 하지 말고 말이지. 그렇잖아?) 그런 애가 돈도 많고 정력도 좋고 섹스도 잘 하고 착하다면... 참 좋겠구나. 맞다, 너 꽃이랑 귀걸이면 환장하는데 꽃도 자주 사주고 길가다 강남역 좌판 같은 데서 귀걸이도 자주 사주고 덤으로 반지도 사주고... 좋겠네... 게다가 어찌나 세심하신지 (게다가 돈도 많으신지) 가끔씩은 백화점에서 비싼 화장품도 턱턱 사다주고말야. 무슨 기념일이면 "돈 모아서 옷 한 벌 샀어 입어봐-" 하고 말이지. 이야 너무 기특하고 착하다... (그..그게 니가 그동안 남자들한테 선물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어서 그러는 거야... 음.. HR 립글로스... 그동안 남자한테 받아본 선물중에 젤 비싼 걸거다. 하하하 기왕에 비밀글이니 이말저말 다 써보자! 승훈이새끼 니가 언제 나한테 슈퍼에서 파는 립밤 하나 기분 좋게 사준 적 있냐? 그러니까 기분 좋게 말야. 100일날 장미? 되게 유세부리더라... 부대앞 귀걸이? 그것도 뭐 그렇게 쪼잔하게 사주니. 그래도 그땐 착해서 니가 어쨌든 사준거니까 소중하게 간직했었지만... 난 이제 기분좋게 사주는 물건 아님 안 받을거야. 그리고 기분좋게 사줄 수 있는 남자 아님 같이 안 놀아. 억지로 커플링 하면서 그 추운 종로3가에서 하던 말, 사실 아랑이한테 돈 빌린 거야... 미친... 너 유세부렸던 거냐? 어차피 할거면 그 말은 왜 하는데? 그땐 착해서 언짢은 기분 안 드러냈지만 난 이제 돈 없거나 돈 안 모으는 남자랑은 안 놀아. 자기 힘으로 돈 모아서 그날 여자친구가 마음에 들어하는 반지로 자기가 턱 사는 그런 남자가 좋다구. .................................... 자자 진정하고... 지난 일은 지난 일이야... 그래 승훈이가 돈 문제에 있어선 좀 쪼잔했었어.. 그리고 보통 남자들이 정말 여자 좋아하면 주말에 배스킨라빈스 가서 아이스크림을 퍼서라도 돈을 벌잖아? 그래... 그냥 그랬던 거야. 앞으로 안 그러면 되 그냥 잊어... 그런데 그런 선물들은 왜 받고 싶은 거지...? 꽃? 귀금속? 향수? 예쁜 옷? 구두? 멋진 곳에서 외식? 왜... 받아보고 싶어? 맨날 타령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문득문득 느끼잖아 그런 선물이 받아보고 싶다고... 그게... 허영심인 걸까? 그런 걸로 사랑을 확인하는 건가? 음... 니가 돈 벌어서 사면 어떨 것 같아? 그래도 좋지... 좋지만 왠지 연인한테서 사랑의 표시로 받아보고 싶은 거야? 음... 아크로에서 주은 단풍잎도 좋고 길가다 산 싸구려 커플 핸드폰 줄도 정말 좋지만 그런 것도 가지고 싶은게 여자 마음인 걸까...? 별 도움은 안 되겠지만 도식을 그려보자. 앞에서 말한 사치품들은 여자의 환상, 환상을 먹고 사는 여자를 나타내고 뒤의 소박한 선물들은 마음과 진심을 먹고 사는 여자를 나타낸다고 말야. 결국은 사랑을 먹고 사는데 음... 그렇군... 그래... 그런데 여튼 어느샌가 나도 돈 많고 똑똑하고 잘생기고 밤일 잘 하는 남자가 기왕이면 좋은 여자가 돼버렸어...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