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s child, Mercredi

세상 참... 본문

=多餘的話= 2001~2007/=多餘的話= 第一期

세상 참...

mercredi 2004. 3. 13. 16:53
좋아졌다.

어느순간부터 프리챌 커뮤니티에 점속하면 회원들의 생일을 미리 알려주는 팝업창이 뜬다.

싸이월드를 하면 화면 한 귀퉁이에 내 일촌들의 생일을 카운트다운 해준다.

덕분에 미처 외우지 못하고 기억하지 못한 지인들을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점은 참 좋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꼭 내가 지인들의 생일을 잘 챙기게 된 것은 아니란 말이다.

'그래 이번달 몇일이 아무개 생일이지...'

생각만 들 뿐이고 그놈의 생일 공지덕분에 나는 더 게을러졌달까...

그래서 그만큼 곧 다가오는 내 생일이 조금은 두렵다.

만약 아무에게도 선물을 받지 못하면 이 소심한 녀석은 곧 삐져버릴 것이 분명하다.

지금은 '생일이 뭐 그리 중요한가... 그러면 선물은 대체 뭔데... 안받아도 괜찮아.'

하지만 분명 그날이 되면 누가 나에게 생일축하 메시지를 보냈고 안 보냈고

그다음날 누가 나에게 먼저 아는 척을 하며 생일 축하는 하는지

너무나도 알고싶어하고 확인하고 싶어 좀이 쑤실 것이다.

어쩌면, 이건 정말 창피한 말이지만, 부러 7동 2층을 할일도 없는데 왔다갔다 할지도 모른다-_-;;;

그리고 그날 저녁쯤이면 욕심많은 내 맘에는 결코 찰리 없는 주변의 관심을

한없이 부족하고 부족하게 느끼며 일종의 탐욕에 괴로워하고 있을 내가 뻔히 보인다.

욕심이 너무 많은 이녀석은 어찌나 감사할줄을 모르는지,

선물>인사 라는 부등식을 떨쳐내지를 못하고 있다.

중요한건 진심어린 마음인데 말이다.

그렇기때문에, 기대가 '너무' 크고 그 기대가 기대에 그칠 것이란 걸 스스로도 이미 알기 때문에

먼저 방어책을 써서 '생일날은 부모님께 효도하는 날'이라는 그럴싸한 핑계를 대고

수업이 끝나자마자 집으로 도망칠지도 모른다.

사실은 많은 사람들의 생일축하 인사를 듣고 싶고

기왕이면 많은 선물들을 받았으면 하고

많은 친구들이 내 생일을 먼저 챙겨줬으면 한다는 그런 마음은 꽁꽁 숨기고

나는 생일따위에 연연하지 않아! 난 어른이야! 따위의 무기력한 말들을 되뇌이면서 말이다.

어른이라니... 저렇게 욕심쟁이면서 말이다.

어른은 개뿔.

나이를 헛 먹은 것 같다.

정선영, 올해 니 생일은 없다.

멋대로 군 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