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s child, Mercredi

50일의 잠 - 列子와 함께 (박제천) 본문

주워온 글들

50일의 잠 - 列子와 함께 (박제천)

mercredi 2005. 2. 21. 18:03
50일의 잠
- 列子와 함께 (박제천)

이 세상의 어느 끝에 있다는
한번 잠자면 50일 만에 깨어나는
그 나라에서
너를 만나기로 하자

뜸부기가 울고, 개망초꽃이 피는
둔덕에서
너와 나는 벌거숭이가 되어
밤도 없고 낮도 없는
사랑을 하자

해와 달과 별이
초롱초롱한 눈매로 내려다보고
바람이며 풀벌레며 나뭇잎들은
귀를 기울여
우리 가슴속에 뛰노는 말들을 엿듣는
그 나라에서
우리는 만나서 사랑하고 헤어지기로 하자

깨어서의 일은 모두 헛것이며
꿈속의 일이 오로지 삶의 몫인
그 나라에서
우리는 50일 동안 잠을 자기로 하자

꿈속에서는 사랑을 하고
한번 깨어나서는 헤어지는
삶을
살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