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s child, Mercredi

한없이 감상적이 되는 밤 본문

=多餘的話= 2001~2007/=多餘的話= 第一期

한없이 감상적이 되는 밤

mercredi 2003. 5. 3. 03:24
한 2-3일 일기를 쓰지 않았던가... 며칠 안 지났지만 그 사이 굵직굴직한 일들이 퍽 많이 있었던 것 같다. 3학년으로 맞는 430메이데이... 미운정 고운정 너무 많이 들어 참 들큼씁쓰름했던 민수오빠 환송회... 아, 사람을 떠내보낸다는 것이... 나를 우울하게 감상적으로 만드는 것인가...

그냥 글을 쓰기 허전해서 별 생각 없이 틀었던 camp lo의 black connection- 평소에 힙합을 잘 듣는 편 아니지만(정선영 맨날 하는 말 있지- 난 차라리 rock감수성을 지닌 사람이얏! ^^;;)이 오늘 밤의 이 기분과는 퍽 잘 맞는 것 같다. 흠... 종종 들을만 한 것 같아, 힙합도...

29일,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게다가 앞으로 며칠간 계속 쏟아질 거라는 헛소문을 듣고 퍽이나 우울했고 기분이 썩스^^;였는데 찡찡거리다 일어나보니 다음날 아침은 어찌나 맑고 화창하던지^^(주여어~~!!) 대체 몇 달만인지... 너무 오랜만에 뛴 집회는, 몸이 힘들기도 했지만, 여전히 사수대는 떴고, 너무 급박하게 뛰느라 뒤쳐지는 사람들이 생기고 지하철 떴다비를 할 때 어떤 아저씨가 굳이 여학우들에게만 뭐 하는 짓이냐고 화를 내며 마구 밀쳤던 않 좋은 일들이 있기는 했지만... 그랬지만 거리를 친구들과 함께 달리는 일은 퍽이나 즐거웠다. (같이 손 잡고 뛰던 03유나는 처음엔 좀 긴장한 것 처럼 보이더니 나중엔 깔깔거리며 너무 이쁘게, 너무 신나게 달리고 있었다^^) 예의 그 종묘에서^^ 박수를 치고 구호를 외치며, 팔뚝질을 하고, 노래를 부르며 '그' 거리를 친구들과 함께 달리는 기분이란... 말로 다 표현하기 힘이 든다. 아직 학생일 때, 아직 즐겁게 같이 뛸 수 있는 사람들이 있을 때 많이 뛰고 싶다는 욕심도 든다^^

세 번째로 맞는 430... 고대 중앙광장에서 문화제를 보며 이제야 430의 의미를 어렴풋이 알게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불현듯 머리 속을 스쳤더랜다. 그 전에는 그저그냥 메이데이 전 날, 학생단위에서 챙기는 날, 1년에 한 번 전국적으로 모여 결의를 다지는 날 이라고 피상적으로 생각만했는데... 어디서 읽고 남에게 들은 말들로만 그저 그렇게 모범답안 처럼 '입력'되어있었는데...올 해는 뭐랄까... 올해 430은 나의, 우리의 430으로 다가왔다^^ 처음으로 430메이데이가 '축제'로 다가와다^^ 평소에는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우리가, 일년에 하루, 한 곳에 한 '광장'에 모여 서로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또 보면서 즐기고, 앞으로 혼자가 아닌 "우리"로 살기 위해 어떻게 살지 그 방향을 이야기하고, 소중하고도 무거운 약속을 나누는 날... 전세계 예비Pt와 현역 Pt들의 명절날^^; 올해라도 이 날이 나에게 진정 소중하고 즐거운 날로 다가온 것은 정말 다행이다.

다음날 메이데이- 새내기가 한 명 밖에, 그것도 잠시만 있다 먼저 가고 노땅들(선배님들 죄송-.-)만 뛰었다는 점은 정말 잊지말아야 할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뛰었던 우리는 정말 즐거웠다는 점에서 너무 땅만 쳐다볼 건 아니라고 해도 될까나...^^; 선거를 아직까지 못 해서 학생회장도 없이 뛴, 깃발이 사라져 애매하게 국분과/난장반 뒤에 따라서 뛰고(중간중간 인문대 깃발마저도 못 따라갔던--;) 그러긴 했지만 2, 3학년들의 귀여운^^; 대열지도, 그리고 열심히 같이 외쳐주신 선배들 덕분에 그렇게 우리는 즐거웠다. ^^ 대학로에서 시청까지... 2년만에... 아직까지 01년 시청앞광장을 힘겹게 먹었던 그 일을 절대 잊지 못하는 나는 아직 철이 없는 걸까^^; (아닐거야- 다른 사람들도 그러는걸^^; 내 동기들도 그렇고... 작년에 제일이오빠랑 근처 지나가다가 단병호위원장이 저기있었다, 아니다 다른 쪽이다 하면서 토닥토닥했던 일이 생각나네^^;;)

01년, 처음 뛰는 집회여서 퍽 어리버리했었고다. 짝인 선배 손 꼭 잡고 과 깃발 놓치면 안 된다고 당부인지 겁을 줬던 선배들, 윤옹이 저기서 마스크 쓰고 cc(그 땐 cc가 뭔지도 몰랐다..;)뛴다고 수군거리던 과 사람들, 여기저기 버티고 있던 시커먼 전경들, 그리고 사실 그 가까운 거리를 막혀서 너무 힘겹게 갔기 때문일까... 집회는 의도는 좋은데 왜 꼭 차들을 막아가며 도로에서 뛰어야 하냐고 선배들에게 따지던 2년 전의 새내기에게, 그리고 올 해 어느정도 중견학번^^;이 된 여학우에게 너무나도 각별하게 남아 있다. 아직도 기억난다- 평소엔 발을 딛을 수 있다고 절대 생각 못 했던 시청앞 광장에 내가, 그리고 수 많은 정말 수 많은 사람들이 서 있었다. 어두컴컴해진 하늘 아래 셀 수 없는 깃발들이 나부꼈고 여기저기 성조기와 그 외의 것들을 태운 불길과 연기가 피어오르고, 매캐한 냄새가 내 코와 눈을 찔렀었다. 지하철 입구 위에, 주변의 거의 모든 건물들 위엔 카메라를 든 사람들, 삭막하게 생긴 닭장차들, 그리고 즐거워하던 사.람.들. 그 때 난 뭔가 이상하기도 했지만 내 안에 뭉뜽그려있던 일종의 해방감을 느꼈었고, 한 10미터 뒤에 있던 한총련 친구들이 엄청 큰 성조기를 불태울 때 우리 과에서 혼자 일어서서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질렀더랜다^^;; (내가 만약 NL과에 떨어졌더라면... 아서라, 됐다^^;)

옛날 이야기는 이 정도 해야겠다, 너무 오래 하면 늙어버릴테니...^^; 올 해- 대학로부터 시청까지 전경 없이 평화롭게, 수월하게 달렸다. 전 날만큼, 아니 어쩌면 더 맑고 화창한 서울 한 복판을 깃발도 과장도 없었지만 다들 즐거워하며 신나게 달렸다, 시청까지.
2년 전과 달리 아직 해는 떠 있었고, 어디에도 전경과 닭장차는 보이지 않았다(새내기, 깃발, 과장도-.-;;). 편안히 자리를 잡고 이야기를 듣고 웃으며 함께 구호를 외치고 노래들을 불렀다. 그리고 편안히(?) 정리집회를 하고 뒷풀이를 갔다.

.........다른 얘기같기도 하지만, 언젠가 아름이언니가 그랬던 것 같은데... 그동안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나"라는 개념이 주어지지 않았었다고... 그랬기에 특히나 대학생들 사이에선 자아를 찾고 우리 혹은 단체에 가려진 나를 찾으려는 시도가 노력이 참 많았고, 우리가 처한 상황에선 그럴 수 밖에 없는 선택이었다고. 맞는 말이다. 그러나 난 그동안 너무 '나'만을 바라보고 살아온 것은 아닌지 다시 생각을 하게 된다. 아직 다른 것은 잘 모르겠지만 단 한가지 말만은 정말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는 게 있다. 사람은 혼자서 살 수 없다... 전에도 난 혼자임을 너무나도 못 견뎌하고 간절히 친구를 바랬다. 그렇지만 친구가 되고픈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거나 먼저 손을 내밀지 않았고... 핑계일까, 못했다. 나만을 내세우다 상처를 입히고, 혹은 내 안의 굴 속으로 침잠하고.

자세하고 논리적으로 맥락있게-.-; 설명은 못 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믿는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라는 말을. 그리고 사람을 만나고 친구가 되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지를. 세상의 수많은 폭력과 차별들이, 가부장제가, 자본이, 그리고 지금 내가 생각하지 못하는 여러 것들이 우리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을 구획을 쳐 갈갈이 찢어놓고 있다. 아닐까? 아직은 그게 맞다고, 지금 내가 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큰 모순들 속에서도, 마치 바위 틈에서 풀이 자라고 꽃을 피우듯 우리는 만나고 친구가 된다. 그리고 혹은 친구가 되기 위해, 우리가 되기 위해 때론 웃고 울며 노력한다. 그렇게 제대로 살으려 한다. 학생회가, 학회가, 소모임이, 동아리가 내가 경험한 그러기 위한 공간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이틀 거리에서, 캠에서 보고 느꼈던 것들... 마찬가지이다. 이제사 나를 키워준^^; 이 공간들이 새삼 소중하게 느껴진달...까^^

축제- 라는 이음절의 단어로 그 이틀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살풋 졸린 눈으로 발발 떨며 보던 문화제에서 나는, 떨어져 있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개인들이 우리가 되어 즐거워할 수 있는 축제의 가능성을 보았다. 축제, 각기 다른 여러 사람들이 모여 살과 살을 맞대고, 목소리와 목소리를 맞추며 하나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찾는다. 축제는... 즐겁다^^

대학에 들어와서 선배와 동기를 만나고 여러 활동들을 하고, 선배의 삽질을^^;; 때로는 부담스럽게 때로는 반갑게 받은 일들... 2학년 때, 마음만 앞서 뭔가 열심히 하려다가 결국은 동기들과 동시에 뻗어버렷던 일들... 새로이 만난 사람들과 친구가 되어갔던 매일의 일상들, 연애... 2년이 조금 넘는 나의 대학생활은 결국 '사람'과 '관계'라는 말로 정리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내 안만, 내 입장만, 나의 힘든 것만 바라보고 꽁꽁 웅크리고 있었기에 내가 상처 입혔던 사람들, 그리고 스스로 선택했던 상처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 없이 나에게 말을 걸고 내 울타리 안으로 들어오려 햇던 사람들... 참 고맙고 또 미안하다... 누군가 '맞아야 정신을 차린다.'라는 말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정선영이는 "맞아야 정신을 차린다. 근데 사람마다 정신을 차리는 역치값이 있는데 다 다르다."라고 했더랬지(젠장-.-;) 내 역치값은 너무 높았던 것 같다^^;; 쩝... 아니아니, 어쩌면 아직 역치값에 도달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함께 즐기는 축제라는 것의 의미가 새삼 다가왔던 그날 밤의 경험이 하룻밤의 꿈이 아니라면... 제발 아니기를... 빈다. 앞으로 나에게 다가올 매일매일이 축제이기를, 사람들을 만나고 관계를 맺는 것이 정말 소중한 경험들이기를... 빈다.

왠지 이 말이 하고 싶다.
함께 살자.
그래, 그렇게 '우리'는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