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s child, Mercredi

거리 : 인생의 원근법? 본문

=多餘的話= 2001~2007/=多餘的話= 第一期

거리 : 인생의 원근법?

mercredi 2003. 5. 10. 04:03
사람들은 각각 자신의 고유한 위치에 서 있다. 그들이 발 딛고 서 있는 곳은 사람마다 눈에 띄게, 혹은 미묘하게 차이가 난다. 각각 다.르.다. ......그리고 그 사람들 사이에는 분명한 거리가 존재한다. 꼭 같은 위치에 서 있는 두 사람, 혹은 그 이상의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을테니... 우리는, 그리고 당신과 나는 이 세상을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같은 곳을 디디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결국 자신의 발을 두고 있는 곳은 제각각이다. 그렇게 우리는 다르지만 함께 하고 있다.

옛날 이야기를 하자면, 나는 사람들의 다름만을-단순한 차이만을 보았지 그들 사이의 거리라는 것을 제대로 보지 못 했다. 음... 타인만에 집중했지 그 사이의 다름과 거리라는 것을 못 보았다는 말로 설명이 될라나... 직시하지 못 한다, 인정하지 못 한다, 혹은 관심이 없다... 정도의 말로 설명이 될 수 있을까? 어쩌면...

그땐, 내 주변 사람들의 다름이, 그들이 나와 다른 남이라는 것이 나에겐 퍽 큰 부담과 두려움으로 다가왔었다. 나와 너무나도 다른 제각각인 저 사람들은 과연 나를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인정할 수 있을까...? 이런 식으로 말이다.

지금와서 조심스래 그 때의 생각들을 평가해 보자면, 글쎄... 틀렸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내가 아닌 누군가가 나와 다른 것을 두려워 하고 부담스러워 하고 내 주변의 삶들이 나를 그저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만 바라는 것은 세상을-세상이라는 너무나도 복잡다난하고 시시각각, 그리고 각도에 따라 그 형체가 변해 온전히 알아채기 힘든 존재를 너무나도 쉽게만 보려 했던 태도 아닐까. 세상 뿐만이 아니라 사람에 대해서도 말이다. 간단히 말 해 거저 먹으려는--; 아주 괘씸한 태도였으리라...(뭐, 그렇지만 그당시 난 나름대로 너무나도 힘겨웠었지- 무서웠고, 두려웠고, 부딪히는 매 순간이 너무 힘에 부쳤으니까... 그렇지만 그 땐 그 때지...^^)

심상찮은 날씨의 나날들을 거쳐, 그리고 나름대로 굵직한 이별들을 경험하면서, 매일의 일상 속에서 만나는 사람과 그렇게 부데끼면서 새삼, 그리고 문득 이 거리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문득- 아주 조금 좋아하는 말인데, 우리의 인생에서 모든 것들은 그렇게 문득 다가오는 것 같다. 나같은 인문대생에게서 매일매일 멀어져 가고 있는 자연과학적 지식을 빌자면^^; 역치값이라는 게 그렇고, 물질의 상태가 변하는 게 그런 거 아닐까? 까... 그거랑 구조적으로 비슷 한 거 같다구...^^;ㅋ

문득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나의 생각은 충분히 정리되진 않았고, 아직은 뭉뜽그려진 그런 상태이다.

오늘 왠지 옛일들이 궁금해 나와 그 시간을 나누었던 사람에게 새삼스래 그 때의 일을 들추어 물어보고 기억을 더듬어보며 나만의 기억이었던 그 기억을 재구성 했고(딴 소리 하나만- 개인의 기억이라는 것이 얼마나 자의적으로 재구성 되는지...무섭다 --;) 지난 일기장과 편지들을 다시 읽어보았다. 아- 얼마 전에는 다여적화에 있는 옛날 사진들을 다아- 다시 보았구나^^;

시간이 가장 무서운 거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들은 적이 있다. 이렇게 두 번씩이나 강조를 하는 이유는 그 말이 또 다시 '문득', '새삼스래' 내 마음을 톡- 하고 쳤다는 의미이다. 정말 그런 것 같다. 어느정도 시간이 흐르고, 몇 달, 혹은 몇 년... (^^; 지금 나에게 가장 신경이 쓰이는 사건들 경험들은 대학 입학 이후의 일들인데 아직은 몇 년이라는 말을 붙이기엔 관록?이 부족하고나... 민망... 누구한테 당신 늙었다는 말을 두 번식이나 했는데 내가 늙은 거 아니야? 늙었다고 착각하는 거...에 더 가까워 보이긴 하지만, 흣-)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나면 그 때의 일들이 그리고 느낌들이 분명 잊혀지는 것들도 있겠지만 조금 더 차분하고 편안하게 나에게 그렇게 다가온다. 아니, 내가 그 기억들을 좀 더 차분히 맞이할 수 있다는 말이 더 정확할 것이다. 시간은 그렇게 나름의 거리를 만든다...

거리- distance... 거리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결국은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세상을 보는 일은 미치도록 힘든 일일 것이다. 제목에서 원근법이라는 말을 했는데, 음... 정규교육과 훈련을 받은 화가들과 그렇지 않은 아마추어 화가들의 그림들 비교해 보면 가장 크게 차이나는 부분은 원근법이다. 아마추어 화가들은 입체적인 사물들을 그냥 보이는대로 그리고 그들이 그리기 쉬운대로 '이상하게' 그린다. 나름대로는 보이는대로 열심히 표현한 것이리라. 그런데, 분명 멀리 있을법한, 다른 위치에 있을법한 각각의 사물들이 화면의 어떤 부분에서는 겹쳐있고 때로는 엉뚱한 위치에 있다. 원근법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서양의 선원근법이라는게, 모든 사물을 다 보여줄 수 없는 그림그리기의 방법 아니던가. 뭐... 어찌 보면 중국의 三遠法이 훨씬 나을 수도 있을 거다. 하나의 일직선이 아닌 그 대상 하나 하나에 가장 어울리는 시선을 부여하니까...쨌든, 원근법을 사용한다는 말을 거리를 인정하고 표현하려는 의지가 있다는 말이거나 혹은 거리를 파악하고 자기 나름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일 거다. 왠지 이제는 나도 선원근법이든, 스푸마토 기법이든, 삼원법이든... 뭐가 됐든 원근법으로 비유할 수 있는 하나의 시각을 지니게 된 것 같달까...

거리-
바로 얼마 전까지, 어쩜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 까지도 나에게 극복의 장벽과도 같았던 이것이 이제는 나에게 인정하고 사랑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상을 살아갈 때 꼭 알아야 할,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니... 내가 이제사 그 존재와 필요성을 느낀 것...일지도^^;

오늘따라 말이 길다. 내일은 안티미스코리아페스티벌 자활 때문에 오전 10시까지 남대문에 가야 하는데... 늦었구나. 어서 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