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s child, Mercredi

도둑맞았다;;; 본문

=多餘的話= 2001~2007/=多餘的話= 第一期

도둑맞았다;;;

mercredi 2005. 1. 20. 23:52
가방을... 통채로...

스타벅스에서... 공부하다가... 화장실 간 사이에...

물론 돈 든 가방을 놓고 자리를 비운 내 잘못이다..

그렇다. 일차적으로 분명히 명백히 내 잘못이다.

그렇지만... 훔쳐가려면 돈봉투만 들고 가지 남의 사생활 담긴 수첩이랑(그거 선물받은 거란 말이다...ㅜ.ㅜ) 군대간 선배한테 쓴 편지랑 우리집 열쇠랑 그리고 그 열쇠 달린 열쇠고리는 중학교때 선생님이 선물로 주신거란 말이다... 내가 쓰던 화장품이랑 그런거까지 다 들고가서 뭐할래 아아아 시발라마... 시발뇨나... 속상했다 너무 속상했다... T^T

항상 매고 다니던 가방이 없어진 어깨는 너무나도 허전했다.

항상 있던 것의 부재를 절감하며 주머니 속에 손을 깊이 찌르자 잡히는 것들이 몇 가지 있었다. 교통카드. 핸드폰. 잔돈 몇 천원. 담배 반 갑. 아 그리고 목에 걸린 엠피쓰리...

교통카드가 있으니 분명 집에는 갈 수 있다.

핸드폰이 있으니 친구한테 하소연 할 수도 있고 일찍 들어오라는 엄마 전화도 받을 수 있다.

담배가 반갑이나 남았으니 화풀이 할 때 벅벅 피울 수도 있다.

엠피쓰리가 있으니 과격한 음악 들으며 잠시 잊을 수도 있다.

땡전 한 푼 없으면 스스로가 너무 불쌍하게 여겨질텐데 그나마 몇천원이나마 내 주머니 안에 있다.

그래, 어택을 받았으나 치명상은 아니다.

괜히 정작 필요한 것은 그래도 곁에 남는다는 개똥철학이 머리를 스친다.

그리고 이 기회를 빌어 고해를 한다.

그동안 엄마 몰래 슬쩍 했던 돈들. 엄마...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얼마전에 라운지에서 주운 책... 내가 가졌다... 사실은 수위실에 맡겨야 하는 건데... 잘못했다...

더불어 도서관에서 빌리고 안 갖다준 책들... 잘못했다...

1학년 때 강의실 바닥에서 주웠던 돈 10여만원... 그중 수표는 수위실에 맡겼지만 2만원은 내가 먹었었다... 잘못했다...

국민학교 3학년 땐가, 준비물 사러 온 애들로 바글바글했던 문방구- 아줌마가 계산 잘못해서 더 준 천원. 난 거스름돈이 더 많이 나왔다는 걸 알았지만 모른척 그 천원을 꿀꺽 했다.. 국딩에게 천원이란 큰 돈이다. 럭셔리한 군것질을 할 수 있단 말이다... 그렇지만... 잘못했다...

그리고 또 국민학교 때. 피아노 학원에서 연필이 이쁘다고 학원 연필 몇 자루 들고간 적 있다... 잘못했다... ㅜ.ㅜ

그리고 기타등등 기타등등...

내가 공으로 먹은 것들 합해서 이자까지 치면 오늘 내가 도둑맞은 것 만큼은 나올 것만 같다. 속상하지만.. 잊어버린 것들은 어쩌면 대가.. 그리고 내 곁을 떠난 것들은 어차피 떠난 것들... 새해 액땜이다. 아니 액땜 이전에, 정직하게 제대로 안 살면 이렇게 인생에게 한 방 맞는 거다. 그래, 다 인생이 애정이 있어서 존내 맞은 거다...ㅜ.ㅜ 설날도 다가오는데 반성도 하고 더 제대로 잘 살 각오를 다져야겠다.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