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s child, Mercredi

냥이가 나를 불렀어! 본문

=多餘的話= 2001~2007/=多餘的話= 第一期

냥이가 나를 불렀어!

mercredi 2004. 1. 28. 23:55
어제 면접을 마치고 라운지에서 잠시 노가리를 깐 후 밥을 먹으러 학관으로 가는 길이었다.

아방궁 근처를 "어~ 춥다춥다~"하면서 종종걸음으로 지나가고 있는데

누가 나를 부른다.

"야옹- 야옹- 야옹-"

마치 사람이 '정선영-"하고 불렀을 때와 느낌이 그닥 다르지 않다. (신기하다)

돌아보니 검정과 고동색이 아주 패셔너블하게(!!!) 섞인 냥이 한 마리가

금방울 같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니가 불렀냐?"

"야옹-"

"어라^^; 언니랑 놀까?"

"야옹!"

"배고파?"

"야옹!"

"소세지 사다줄까?"

"야옹!!"

"^^;;"



양이는 춥고 발이 시려워서 눈 온 바닥으로는 가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왼쪽 발은 조금 다쳤는지 계속 오므리고 있다.

처량하게 관심과 애정을 갈구하는 녀석을 쓸어주니 아주 좋아한다.

내가 놀아주고 있으니 지나가는 다른 사람들이 많이 왔다간다.

샌드위치를 풀어서 햄과 맛살을 주고 간 사람도 있었고

계속 쓰다듬어주고 놀아주면서 이름을 붙여주고 가는 사람도 있었다.

배고팠던 양이는 이제 배가 부르고 나는 슬슬 추워지고 배가 고프다.

식당에 가서 밥을 먹어야 한다. 이제 그만 양이랑 헤어져야 한다.

그치만 추운 날씨에 한 쪽 발은 다친 녀석을 그냥 두고 가기가 조금은 걱정스럽다.

"양이야 안녕- 나중에 또 보자-"하고 계속 뒤돌아 보면서 학관으로 가고 있다.

아- 저기 또 다른 사람이 양이에게 다가간다. 양이는 그 사람 무릎에 수염을 비비댄다.

다행이다. 양이는 내가 떠나도 혼자가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