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s child, Mercre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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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多餘的話= 2008

부러운 년

mercredi 2008. 2. 9. 19:37
한 3년만에 고등학교 베프를 만났다.

그녀석은 내 기억엔 자립심 강하고 약간은 까다롭고 까칠한 면도 있는 그런 녀석이었는데
 
연애에 있어서만큼은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다.
 
 
 
 
5년 전 임용고시 준비하다 만났던 오빠와 지금까지 연애 중인데
 
아마 내년 쯤 결혼을 할 것 같다고 했다.
 
5년 동안 연애를 하면서 다른 이성을 만나보고픈 생각은 들지 않았냐고 물어봤더니
 
자기는 연애라던지 혹은 연애감정이라는 것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고.
 
자기나 자기 남자친구나 무던하게 '함께 살아가는 것'에 더 중점을 두고 있어서
 
마음에 안 들고 실망하는 점이 있어도 '더 큰 단점도 있는데 이 정도야 내가 덮어주면서 살면 되지'하는 마음으로
 
5년 동안 무난하게 서로 잘 사귀어 온 것 같다고 그랬다.
 
 
 
 
그애는 지금 임고를 때려치고 학원 과학선생으로 월300씩 벌고 있다.
 
남자친구도 역시 임고는 안하고 사업중인데 사업이 그 남자분 적성에 딱 맞는지 돈도 잘 벌고
 
거기다 요즘 돈 버는 재미에 푹 빠져서 잠도 안 자면서 일 한단다.
 
남자친구가 너무 일만 해서 너무 안쓰럽다고,
 
잠 좀 자고 몸도 좀 생각하고 지금 할 수 있는 즐거운 일도 하면서 일했으면 좋겠단다(...맞다. 염장이다;)
 
 
 
 
그리고 하는 말이 '내년에 집을 사는게 나을까 아닐까? 어디다 사면 좋을까?'
 
마치 볼주머니에 해바라기 씨를 잔뜩 집어넣은 햄스터같은 표정에 손짓을 하며
 
'우리 오빠가 많이 벌어오면 나는 착착착착 모아야지, 우히히>.<'
 
이 기집애야 염장 그만 질러 ㅋㅋㅋ 라고 했지만 행복해 보였다. ㅎㅎ
 
 
 
 
돈이 문제가 아니다.
 
돈이야 우리 학교 나온 이상 마음만 먹으면 훨씬 더 잘 벌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부러웠던 것은
 
두 사람의 관계가 안정되고 평화로워 보인다는 것.
 
두 사람인 것이 매우 자연스러워 보인다는 것.
 
마지막으로 뭔가 함께 하는 미래가, 희망이, 앞날이 있다는 것.
 
 
 
 
내 친구이지만 정말 부러웠다.
 
하지만 질투나 시기심은 아니었다.
 
그냥 부러워서 지는 기분.
 
하지만 진다고 억울하지 않았고 나는 오늘 그냥 기꺼이 내 친구에게 지기로 했다.
 
그리고 친구와 남자친구가 오래도록 행복하기를 빌어주며 덜컹거리는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친구야, 너를 보고 철이 더 들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행복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