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s child, Mercredi

오호라 본문

=多餘的話= 2001~2007/=多餘的話= 第一期

오호라

mercredi 2003. 8. 1. 23:57
왜 갑자기 내 컴은 인터넷이 안 되는 것일까. 몇 번을 껐다 켰다 해도 접속 안 되는 컴터를 근 한시간 반동안 달래고 어르고 성질도 내다가 결국 동내 피시방으로 피신. (절대금연인 얼마전의 바로 그 피시방--;) 피시방에 굳이 온 이유는 계절수업 토론 내용 정리를 수업 게시판에 올리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정작 할 일은 안 하고 계속 딴짓만 하다가 결국은 내 집으로 다시 도망왔다. 뭐 하는 짓이지, 이 순간까지말이다--;;;

왜 그랬을까. 그냥 한글로 작성하고 보내는 것만 피시방에 와서 해도 되지 않았을까. 왜 나는 인터넷에 접속 안 되는 그 상황을 견뎌내지 못하는 것일까.

내가 컴퓨터를 쓰는 패턴을 보면 거의 습관적으로 윈엠프와 메신저를 켜고 즐겨찾기에 빽빽히 차있는 이웃집들과 가입한 커뮤니티, 여러 사이트들(각종 진보언론, 여성주의 매체, 기독교 관련 사이트, 등등)을 쭈욱 순방한 다음에야 본래 계획했던 일에 착수한다. 그리고 중간중간 채팅을 하고, 노래를 바꾸고...

참 산만하다. 참 불안하다. 참 집착이 많이 보인다.

외부와 연결이 되어있어야 한다, 주변에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알아야만 한다(곧, 모르면 안 된다). 그렇다 관계에 대한 집착이 불안함을 낳고 그러기에 산만해지고... 뻔한 전개이다.

혼자 있는 시간이 그리도 외로운 것인가. 그동안 혼자 다니기를 즐겼고(그러려 노력했고 그 노력, 훈련이 잘 되어가고 있다고 스스로 착각?하고 있었고)언젠가는 스스로를 혼자놀기를 편해하는게 아닐까 하는 자만 넘치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는데. 그랬는데.

직접 사람을 만나는 것과 인터넷을 통해 만나는 것은 분명 다른 점이 많다. (그러고보니 새내기때 교양학교가 생각나네..심심한데 그 때 세미나 속기록이나 올려볼까^^;) 아마... 지금은 정리하기 조금 벅차지만 컴퓨터라는 것을 통해 한 번 걸러지는 상태에서 타인들을 만난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 아닐까나. 거기에서 인터넷에서 관계를 맺는 것의 특성들이 나타나는 것이고(대표적으로 익명성) 말이다.

문득 "너는 퍽 인터넷적인 인간이야"라고 했던 영래의 말이 생각난다.

문득 순수한 컴맹인 신우가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