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s child, Mercre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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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多餘的話= 2001~2007/=多餘的話= 第一期

쓰고싶지만

mercredi 2003. 7. 28. 00:02
쓰고 싶었던 생각들이, 감상들이 다 날아가버린 이런 상태는 매우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무래도 컴퓨터를 켜자마자 내 집으로 바로 오지 않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습관을 고쳐야 할 것 같다. 뭐야, 이건 마치 집에는 바로 들어가라는 어린시절의 가르침과 비슷한 모습을 지닌 교훈이 아니던가... 안그래도 요새 계속 옛말 틀린 것 하나 없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는데 이런 사소한 부분에서마저...-.-;

오늘 가게일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만화방에 들러 작정했던대로 '블루'를 7권까지 다 읽었다. 제목이기도 한 blue라는 말이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인물들과 안타까운 인간관계들... 그리고 그 관계들을 너무나도 잘 보여주는 그림과 '시적 말빨'... 오랜만에 기분이 좋아졌다. 142번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그 길이 오늘따라 너무나도 이쁘게 보였고 그 이쁜 풍경을 보며 이런저런 희망찬 상상과 다짐들을 만들어냈다면 기분이 좋아져도 꽤 좋아진 것 아닌가? 아니, 기분이 좋아졌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정서가 순화 되었다고 하면 어떨까^^;

안타까운 관계들이라고 했지만, 뭐, 너무나도 뻔하게도 그 관계들 중에서도 가장 부각되는 것은 역시 주인공인 연우, 승표, 해준의 삼각관계이다. 역시 삼각관계... 드라마나 순정만화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지, 쿨럭-

그리고 유년시절의 불행했던 기억들(어머니와 관련된), 매우 도도한 캐릭터와 처음 맞보는 좌절, 너무 가까이 있기에 더욱 안타까운 짝사랑, 기타등등 기타등등.

흔히 등장하는 설정들이다. 그리고 만화라는게 대중성과 떨어질 수 없는 것이기에 내용 전개도 매우 통속적이다. 삼각관계, 만났다 헤어졌다, 등등.. 또한 내가 지난번에 그토록 침이 마르게 칭찬하고 그리워했던 '90년대 중후반의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적절히 섞인 바로 그 감수성을 잘 나타내어주는 시적 말빨'역시 그 말빨의 꺼풀을 들춰내고 보면 사실 유치하기 그지없는 것이다. 블루라는 컨셉에 어울리는 매우 서늘한 감성의 코드를 유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때로는 지나치게 감수성에 호소하는 서정적인 그 문구들은 오바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7년이 지나도록 완결도 나지 않은 이 만화가 오늘 나에게 남는 이유는 바로 그 이야기 속의 모든 인물들이 '사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우는 춤을 추면서 해준과의 일치를 소망하고, 현빈은 하윤과 승표 사이에서 갈등하기도 하지만 그들을 통해 대입 실패 이후 닫아버린 마음 문을 조금씩 열어간다. 하윤은 갈등하는 현빈을 보며 바로 곁에서 힘들어하는 아미를 사랑하는 법을 조금씩 배워가고...흔해빠진 설정이든 청승이든, 짜증나는 내용 전개든 어쨌든간에 그들은 모두 사랑이란걸 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을 보면 참 아프고 진실하게 사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이전에는 미처 몰랐던 자신의 상처를, 모순을 아퍼아퍼하면서 극복하고 상대에게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사랑이란 무엇이냐고 생각하냐는 질문, 100문100답 같은데 자주 등장하는 것인데 그것에 대한 정답을 얼마 전에 발견하였고, 그것이 정답임을 오늘도 다시금 확인한다. 사랑의 정의에 대한 정답이 뭐냐구? '누군가를 살리는 것'이란다. 상대를 만나 같이 '살고'싶다는 마음이 들기에 그리고 그 자신도 다시금 살아나기에, 살아 있기에 그토록 가슴이 떨리고 기쁘고 또 때로는 아프기도 한 것이다. 살아있기에, 살아가기에...

문득 도무지 떨리거나 하는 것이 없는 내 심장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에 이 글을 쓴다.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고 흐뭇한 마음이라도 드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