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s child, Mercre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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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多餘的話= 2001~2007/=多餘的話= 第一期

잡설

mercredi 2003. 7. 23. 00:44
지난밤 쏴- 하고 쏟아지던 그 때부터 눈치 챘어야 했다. 거의 하루종일 서울은 빗속에 잠겨있었다. 해가 저물고 빛이 사라질수록 빗발은 더욱 굵어져 급기야는 우산을 쓰고 있는데도 비를 맞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비록 다 젖기는 했지만 대체 얼마만에 보는 시원한 비인지...

종로쪽에 갔다가 집에 돌아올 때쯤 꼭 하는 짓이 있는데 바로 종로부터 시청이나 광화문까지 걸어가기. 종로에 정말 이쁜 사람 만나러 나갔다 돌아오는 길, 오늘도 역시 걸었다.

하루종일 빗속을 걸어서 무릎 근처까지 다 젖어버린 바짓자락을 끌면서 비오는 서울 한 복판을... 그러고보니 비오는 날 그 길을 걸었던 적은 아직까지 한 번도 없다. 참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거리의 새로운 모습들. 언젠가 말했듯이 비가 와서 젖은 대기는 색다른 울림을 전해주고 비슷한 이유로 색다른 파장도 선사한다. 물에 젖은 종로길은 비 때문에 더욱 붐볐고 혼잡했지만 어딘지 더욱 정적인 느낌이었다. 이게 다 물의 영향...이라고 우기고 싶다^^; (그리고 보니 그 근처의 기억은 거의가 다 집회 때의 기억이로군-.-;)

돌아오는 내내 맥주가 땡겨서 조금 고생이었다. 어제 저녁에 마시던 김치냉장고에서 식힌 캔맥주가 어찌나 그립던지^^; 술도 약하면서 술 마시는 건 또 되게 좋아하는 이 아가씨를 어쩌면 좋을까^^; 큰일이다, 비만 오면 술 생각 나서. 나도 모르는 새 우주회 골수 회원이 되어있었구나. 맥주로 가득 찬 우주선이나 한 대 생기면 좋겠군--;

집에 돌아와 일기를 쓰려고 컴터를 켜고 서정적인 넘버들로 일기 쓸 분위기를 만들어놨는데 노래에서 이상한 잡음이 들린다. 뭐지? 하고 자세히 들어보니 스피커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라 비바람에 나뭇가지 흔들리는 소리였다--;

오늘도 일찍 자기는 글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