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s child, Mercredi

우격다짐 본문

=多餘的話= 2001~2007/=多餘的話= 第一期

우격다짐

mercredi 2003. 7. 21. 19:54
며칠 전에 과방에 굴러다니는 스포츠 신문을 뒤적였더니 놀라운(?) 기사가 하나 있었다. 무엇인고 하니 개그콘서트의 우격다짐과 갈갈이삼형제 꼭지가 이제 곧 끝난다는 것이었다.

사실 나는 테레비를 정말 안 보는 사람이다. 가끔 정말 여유가 나면 쇼파에 묻혀서 리모콘을 딸깍댈 때도 있긴 하지만 그건 정말 일시적이다. 그리고 어찌나 건방진지 연속극이나 쇼프로는 죽어도 안 보고 다큐멘터리나 영화, 만화만 본다. (tv를 볼 때 내가 절대 안 보는 것이 연속극, 쇼프로, 스포츠 중계, 수능특강--;) 그래서 남들이랑 이야기할 때 화제가 많이 딸리는 것일지도 모르지.

각설하고, 그런데 이상하게도 개그콘서트는 예외였고, 여전히 그렇다. 사실 제목도 기억 못 하고 안 하는 쇼프로들은(무슨 프로포즌가... 여하튼 그런 류의...) 우연히라도 조금 보게 되면 저게 어째서 유치하고 어째서 정치적으로 옳지 않으며, 세상에 저딴식으로밖에 사람들을 못 웃긴다는 말인가 하는 식으로 계속 궁시렁거리게 되어 쉬기 위해 테레비를 본다는 본래의 목적과 아예 동떨어져버리게 되고 하여 결국은 채널을 돌려버린다. 사실 개그콘서트도 내가 안 보는 쇼프로들에게 퍼부었던 비판들을 벗어나지 못하는 요소가 분명히 있다. 도를 지나칠 때도 많다. 그렇지만 내가 개콘을 보는 이유는 아마도 현재 공중파 방송 프로들 중에서 그나마 순수한 코미디에 가까운 프로이기 때문인 것 같다. 애초에 만들 때부터 사람들을 웃기는 것이 목적이어서 별 생각 없이 늘어져서 긴장 다 풀고 그냥 웃기면 웃을 수 있는 그런 프로... 그리고 나는 이름도 모르는 낯선 연예인들이 나와서 시답잖은 말장난과 몸으로 망가지기를 연출하는 프로가 아니니... 얼마나 편한가? 특히나 나처럼 연예계 사정에 너무 어둡고 정말 가끔 티비를 보는 사람에게는^^(결국 끝에 가서 쇼프로 안 보는 이유를 실토하게 되는군^^)

갈갈이 삼형제는 뭐, 웃을 수 있는 이유가 너무도 자명하니 그냥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만 표하도록 하고...(갈갈아~ 보고 싶을 거야... 그동안 무부터 늙은호박까지 가느라 고생했어~~ ^^;) 이제 우격다짐에 대해... 처음 우격다짐을 보고 난 정말 어이가 없었다. 왠 처음 보는 개그맨 같지도 않은 사람이^^; 나와서(얼굴도 그만하면 퍽 잘 생겼드만...) 정색을 하고 온 몸으로 안 웃기려 하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겠다고 하고 그래놓고 썰렁한 이야기를 하고, 관객들에겐 '우끼지? 우끼자나?!'라면서 자신의 개그의 존재 의미를 종용하는 그런 어이없는 개그... 본래 개그라고 하면 웃겨야 한다는 목적은 저 밑에 감추어 두고 은근슬쩍 자기는 모르는척 사람들을 웃게 만든 다음에 '그게 그렇게 웃겼어요?'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니던가...

처음 "난 kbs 개그맨 공채 17기 이정수야!" 라고 너무나도 당당히 자신을 밝히고 나선, 그러고나서 그동안 보도 듣도 못한 어이없는 개그를 선보이고나서 "분위기 다운되면 다시 돌아온다!"라고 외치고 바바리 자락을 펄럭리며 사라졌던 그... 그의 바바리 자락 뒤에는 어이없음만이 맥없이 펄럭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덧 왠만해선 개그맨 이정수를 모르는 사람은 없게 되었다. 이정수라는 이름 석자를 모르더라도 우격다짐은 안다. 그의 개그 형식이 워낙 새로웠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우격다짐을 처음 보면 정말 어처구니 없지만 서서히 익숙해지면서 결국은 웃게 된다. 무대에 나오자마자 관객들에게 '내가 누구게!' 라고 외치고 장갑 낀 손을 귀에 갖다 데는, 그리고 관객들이 이구동성으로 "이정수~!!" 라고 대답해주면 좋아하는 티 다 내면서도 수줍은척 웃는 그의 모습에선 자신도 "개그맨"이라고 인정 받고 싶은 신인 개그맨의 불안감과 기대감이 비어져나온다, 물론 의도된 솔직함이겠지만^^ 우격다짐이라고 쓴 흰 바바리를 입고 흰 장갑을 낀 그의 모습에선 왠지 어설픈 후까시가 엿보인다. 잘은 모르지만 고독한 남자의 로망이랄까 하는 것을 희화화 시킨 것도 같고^^ 사실 그는 왕따 아니던가? 동일인물인 이정수가 봉숭아 학당에서 왕따일 수 밖에 없는 선도부장으로 나오는 것이 분명 우연은 아니리라...

무대 위에서 그는 혼자다. 혼자서 그 많은 관객들을 웃겨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 뭐든 약간은 흥분되서 버벅거리는 듯한, 그러면서 존심은 잃지 않으려는 태도가 온 몸에서 보이게, 계속 안절부절 무대위를 왔다갔다 하며, 중간중간 관객들의 반응을 살피며(분위기가 사는군! 드디어 웃음보가 터지기 시작했군! 억지로 웃지마... 나도 다 알어... 박수치치마! 대사 까먹는단말야...;, 등등등) 계속 악을 쓴다. 그 악은 '그렇습니다'나 '청년백서'에 나오는 그런 악씀과는 분명히 다르다. 자신있게 오바하는 악씀이 아니라 어떻게든 무대 위에서 존재해야 한다는 발악에 가까운 악이다. (그래...왕따의 발악인게지...뷁!)

이정수가 발성하는 것을 보면 다른 개그맨들과는 다른 뭔가가 있는데 뭔고 하니, 바로 마지막 음절이 잘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말을 급하게 하고, 마지막 음절은 거의 입성에 가깝게 급박하게 끝내느라 소리가 입 밖으로 터져나가지가 않은 채 사그라든다. 사그라든다는 표현보다는 쑥 들어가버린다는 편이 차라리 적절한 것 같다^^

그렇게 그는 거의 항상 "내 이야기를 하나 하지" 하는 식으로 운을 띄우고 관객들에게 허탈한 웃음을 선사한다. 썰렁한 이야기 하나, 그리고 자기 개그에 대한 신랄한(?) 자체 평가... 거의 자아비판에 가까운... 촌철살인하는 그 평가때문에 폭소가 터지면 안심했다는 표시를 한다. 그리고는 가장 웃겼다고 판단될 때 "분위기 다운되면 다시 돌아온다!"라며, 여전히 바바리 자락을 휘날리며(후까시...^^;) 사라진다.

몇 분 안 되는 이 개그에서 이정수가 온 몸으로 보여주는 것은 바로 자기 존재 부각시키기이다. 자신은 사람들을 웃기는 개그맨이고 고로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웃지 않으면 자신의 존재는 바로 무의미해진다는 그 불안감 자체를 개그의 소재로 삼은 것이다. "아...나 웃겨야 되는데? 웃겨야 다음주에도 또 나오는데? 안 웃기면 어떡하지? 이봐요들, 웃기지? 웃기잖아?" 이런 식 아닐까. 몇마디 계속 악을 쓰다가 분위기가 가장 떴다고 판단될 때 물러나는 그의 모습에 전교 1등을 하고나서 "가장 행복한 순간에 생을 마감하고 싶다"는 유서를 남기고 투신자살한 중학생의 모습이 오버랩 된다. 곧 자기 존재에 대한 자신 없음과 그것과 거울쌍을 이루는 무한 후까시이다...

솔직함-만큼 사람들에게 잘 다가가는 것이 어디에 또 있을까. 이정수는 겉으로는 온갖 후까시를 잡고 발악을 하지만 편안히 어두운 관객석 의자에 몸을 묻고 있는 사람들은 그가 왜 그러는지 아주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왜 그러는지 신경을 쓰지 않더라도 그의 행동은 그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귀엽다. (이정수 귀엽지? 귀엽잖아! ^^;) 스스로는 모르지만 속이 빤히 보이는 사람의 연기를 아주 훌륭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관객들은 알면서도 그 모습이 귀여워 웃어주고, 물어보면 "왜?"라고 입을 모아 질문하고 돼지코를 만들고 그의 이름을 불러준다. 웃기니까...

이정수가 잘 하던 대사중에 "박수치지 마! 대사 까먹는단말야...;;"라는 말이 보여주듯이 우격다짐도 대본이 있는, 즉 이미 다 각본이 짜여진 행위이다. 앞서 말했듯 나도 kbs홀에 방청객들처럼 다 알면서 그의 질문에 귀를 귀울이고 궁금해 하고 이름을 불러주고 어처구니 없으면서도 크게 웃는다. 그렇지만 언제나 다 알면서 웃어'줄'수만은 없는 것이 바로 그의 모습에서 스스로의 모습이 보이기에 어이없음으로 포장된 조금은 서글픈 웃음도 흘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랄까...

매우 장황하게 자기 긍정과 자신을 권력으로 세우는 것이 어떻게 우격다짐에 나타나는지에 대해 설명한 나 역시도 내세우기 위한 자기 긍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나를 잘 알고 있는 몇몇 사람들이 서로 짜기라도 한 듯 같은 말들을 했다. 몸에 힘 빼라, 어깨 힘 빼세요, 릴랙스!, 여유 가지구^^*, 등등. 결국 다 똑같은 말들 아니던가? 스스로의 무게를 지나치게 의식하고 있는 것이 얼마나 무거운 짐이 되는지를 알려주는 고마운 조언들... 여전히...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제 다음주면 우격다짐이 끝나는데 그동안 많이 챙겨보지 못 하고 더 많이 웃지 못 한 것에 대한, 그리고 요새 티비에서 본 잘 생긴 얼굴 중에 하나인 이정수의 귀여운 후까시를 더 이상 보지 못 한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이정수 귀엽지?! 귀엽잖아!! 그리고 내 글도 우격다짐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