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s child, Mercredi

7월의 감기 본문

=多餘的話= 2001~2007/=多餘的話= 第一期

7월의 감기

mercredi 2003. 7. 9. 01:24
감기에 걸려버렸다. 7월에 말이다, 7월에... 그래도 뭣도 안 걸리는 오뉴월 감기가 아니니 다행이라고 자위하고 있기는 하지만^^;

경과는 이렇다. 지난 일요일, 정확히 말 해 일요일 밤부터 월요일 오전까지 희선이네 있었다. 친구집에서 잔다고 특별히 밤을 새거나 술을 많이 마시거나 담배를 많이 피우거나 여튼 몸에 않좋은 일을 한 기억이 전혀 없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머리는 평소보다 백배는 무거웠고 코는 숨을 쉬기가 어렵다며 찡찡거리고 있었다. 몸이 평소와 다르다고 느끼고 뭔가 한 마디 투덜거려보려 했으나 오호 통재라! 목도 완전히 가 있었다. 이럴수가... 내 기억을 아무리 더듬어 보아도 감기에 걸릴만한 일을 하거다 당한 기억이 전혀 없는데. 어느정도 공인받은 내 기억력을 신뢰한다면 말이다, 젠장--; 단지 내 일상을 벗어난 변수가 있다면 단 하나, 외박 밖에는 없다... 더 이상 외박을 해서 부모님 심기를 불편하게 하지 말라는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것일까...

이렇게 감기에 걸린지 이틀째. 사실 많이 아프지만 그래도 참아야 한다며 열심히 사는 척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마구 틀어대는 에어컨 바람은 정말이지 감기 환자에겐 쥐약이다. 평소에도 지나치게 에어콘을 틀어대는 것이 탐탁치 않았는데 이 기회에 자보나 한 장 써 볼까...-.-ㅋ

어린시절 외국(주로 서구의) 동화책이나 만화영화를 보면서 참 자주 접했고 볼 때마다 너무나도 낯설었던 상황이 있다. 등장인물 아이 중 한 명이 학교나 그 외의 모임에 나오지 않아서 주변 사람들이 안/못 나온 이유를 물어보면 대답은 간단하고도 (적어도 나에겐) 어이없었다. "감기 걸렸대." 세상에. 감기에 걸렸다고 학교에 빠져??? 어린 나는 감기'따위로' 그렇게 쉽고 당당하게 학교를 빠질 수 있다는 사실이 픽션이지만 그래도 이해가 가질 않았다. 어린이 정선영, 퍽이나 혼란스러웠다. 사실일지 아닐지, 혹시 작가가 좀 뻥이 센 건 아닌지, 아니면 내가 몰라서 그렇지 서양 감기는 우리나라 감기보다 훨씬 더 독한 것은 아닐까... 뭐, 그러면서도 감기 정도를 당당한 이유로 대고 학교를 빠질 수 있는 그동네 아이들이 조금은 부럽기도 했다^^; 여튼, 당시 나는, 아니 이건 정말 확신할 수 있는데 내가 유치원과 국민학교를 다니던 그 때에는 감기에 걸려도 학교나 유치원에 나오는 아이들이 수두룩 했다. 결석은 그야말로 "앓아누워야"하는 것이었다. 크게 다쳐서 수술을 하고 병원에 오래 있어야 하거나 홍역이나 수두 정도를 앓아서 애들에게 옮겨버릴 수 있는 위험이 있어야--; 학교를 빠질 수 있었다. 감기 '정도야' 우리의 강인한 정신력과 체력으로(지금 생각해보면 애들을 강하게 키우는 풍토인지도^^;이건 반 농담이고 교육열 역시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싶다.) 간단히 견뎌낼 수 있는 것이었으며, 감기 '정도야' 일상의 리듬을 굳이 깨지 않으면서도 이겨낼 수 있는 것이었다.

요즘 내가 어린시절에 비해 정말 많이 약해지고 엄살이 많아졌다는 것을 느낀다. 약해졌다. 몸도 마음도. 대학교에 들어오고나서 마구 주어진 나만의 시간들과 나만의 공간들을 기꺼이 백퍼센트 즐길만한 강함이 아직도 나에겐 부족하다. 처음에는 누구나 서투르지만 언제나 어리광이 많은 나는 처음의 서투름과 실패 속에서 그리 많은 것들을 뽑아낸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부족함을 논하기에는 그럴 수 있는 시간들이 자꾸만 줄어가고 있다. 후회...라는 말을 조심스래, 꺼내지는 않은 채 목구멍 까지만 올려본다. 이제 투정은 정말 그만. 이제 피해의식이나 보상심리는 정말로 안녕. 제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