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s child, Mercredi

맥락과 외국어에대한 일고찰 본문

=多餘的話= 2001~2007/=多餘的話= 第一期

맥락과 외국어에대한 일고찰

mercredi 2003. 5. 6. 01:44
일고찰...이라는 뭔가 있어보이는 제목을 달고 있긴 하지만, 매우- 매우- 별 거 아닌 소소한 내용...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고민을 해 봅시다! 과연 맥락이란 무엇인가?

대학에 들어와서 참 많이 들은 소리 중 하나가 바로 맥락 없다는 말이다. -.-; 맥락이 없다는 이 말 때문에 참으로 많은 스트레스와 상처를 받았었다. 그러나 조금 시간이 흐른 후 생각해 보니 나의 맥락 없음으로 인하여 답답하고 짜증이 나고, 동시에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 분명 있었다. 관계에서 작용반작용의 법칙은 언제난 작용하는 거니까...

맥락이 없다, 는 말은 곧 지나치게 자신의 맥락에만 충실하다는 의미이리라.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 상황, 입장을 지니고 있는데 그런 것 들이 "맥락"이라는 뭐뭐뭐...스러운 두 음절의 말로 함축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곧 맥락이 없다는 말은 지나치게 자신의 내부로만 시선을 집중시킨다, 자신의 세계에만 빠져 산다, 남들의 맥락을 바라보고 이해할 줄 모른다, 기타등등...이런 말들로 설명될 수 있을 것이고 이는 한 마디로 말 해 "지 밖에 모른다."라 할 수 있겠지.

누구나 자신의 언어, 표현, 맥락을 지닌다. 맥락을 지니라는 말은 자신의 그것들을 죽이고 없에라는 말이 아니라 주변의 사람들의 맥락도 이해하고 품을 수 있는 사람이 되라는 의미이다. 그렇다.

다른 애기를 하나 하자면, 나는 배려 없고 이해되기 힘든 개인의 맥락, 언어를 '외국어'라고 부른다. 100% 정선영 스러운 표현 방식이다. ^^;

외국어. 항상 외국어만 지껄이며 살 순 없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직 잘 모르겠지만, 가끔씩은 홀로 방구석에 안겨 자신만의 외국어를 중얼거리는 것이 나에겐 아직 은근한 즐거움을 준다.

외국어- 자신의 세계에선, 자신의 체계에선 충분한 맥락을 지닌 자기 표현이다. 물론 남들에게 이해되기 위해선 무수한 각주들이 필요하긴 하지만...

중학교때 T.S. Eliot의 황무지를 처음 읽었던 때가 기억난다. 유럽문명의 기본이 되는 희랍, 라틴 고전에서 인용한 무수한 상징과 알레고리들. 그것들을 이해하기 위해선 아예 처음부터 그런 지식들이 자기의 것이거나, 아님 본문보다도 훨씬 많은 각주들을 꼼꼼하게 읽어야 한다. (아마 다 읽는다 해도 100% 이해는 안 되겠지만, 너무 어렵고 낯설어서...) 황무지는,어떤 관점에서 보면 매우 맥락이 없는 시일 수 있다.

아, 그러고보니 작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매너리즘 시기에 그려진 <사랑과 죽음에 대한 알레고리>라는 작품이 기억난다. 그 그림은 그냥 봐서는 뭘 이야기하고 싶은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 큐피드와 묘한 자세로 입술이 다을락 말락 하는 비너스, 뱀의 몸통을 지닌 소녀, 매우 신나보이는 화동(花童), 장막을 찢고 있는 중년의 남자... 여러 인물들이 각지의 이야기를 하며 화폭 안에 얽혀있다- 이 그림은 당시 귀족들의 지적 유희를 위한 풍유화였다고 한다. 당시의 민중들은 이 그림을 봤다고 해서 저 인물은 누구이고 이 그림 안에서 뭘 상징한다...라는 생각을 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아마도, 그냥 뭔가 좀 이상하고 낯설다라고만 느꼈을 것이다. 하기에 그 그림은 몇몇 사람들을 제외한 이들에겐 아무 의미도 없는 그림인 것이다.

그리고 고등학교 고전 문학시간에 배웠던 사대부들의 문학작품. 온갖 고전에서 따온 싯구, 인명, 지명, 사건들이 난무한다. 이런 것들도... 비슷하다.

소수의 계층 내지는 사람들에게만 유효한 의미를 갖는 표현들에 대해 장황하게 이야기를 했다. 저런 것들이 무조건 나쁘다, 혹은 무조건 좋다는 평가의 의도는 없다. 더군다나 정선영의 외국어 아닌 외국어가 저런 고준한(?)것들과 동급이라는 의미는 더더욱 아니다. -.-;;

어느 말이나 의미를, 맥락을 지닌다. 그러나 단지, 듣는 상대에대한 배려에 충실할 때 가장 의미있는 좋은 말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하고 싶었고... 4유형에 3날개를 지닌듯한 내가 어찌 이야기를 하며 내 주변의 이웃들과 잘 어울려 살지를 고민할 수 있는 단초를 찾은듯 싶다는 징후를 살짝 흘리고 싶었을 뿐. 으아- 아직도 외국어구나... 아냐 괸찮아, 여긴 니 집이잖아, 아니아니, 여러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이쁜 마당을 가꾸고 싶다면서... 으어으어... ㅜ.ㅜ
........
맥락있는 사람이 되자! --;


뱀발
승훈이놈이 언젠가 나한테 그랬다,
"누나가 쓴 글을 보면 참 재밌어. 글을 쓸 때 처음에는 대화를 시도하는 것 같지만 후반부로 접어들수록 그 글 속으로 몰두하는게 다 보이거든^^; "
오늘도 그런 것 같다. 젠장, 난 언제 맥락이 생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