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s child, Mercredi
KBS 1fm에서는 일요일 밤마다 재즈 전문 프로그램을 방송한다. 살짝 늘어지는 듯 몽환적인 재즈 음악을 듣고 있으면 여러 상념들이 드나니 오늘 머리 속에 찾아와 준 것은 내가 열다섯 살이었을 때 살았던 나라 스리랑카에서의 추억들. 그곳에서도 하바나라(Habanra)라는 곳에는 Habanara lodge라는 정말 어여쁜 리조트가 있는 곳이었다. 정말 평화롭고 어여쁜 곳. 넓은 숲속 정원 같은 호텔 부지에 객실 2개나 4개 짜리 작은 건물들이 띄엄띄엄 위치해 있고 조금만 걸어가면 물새들이 떼를 지어 날아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커다란 호수도 있는 곳이었다. '그야말로 자연 속에서 편안히 쉬세요' 컨셉이랄까. 10년도 더 전에 가보았던 그곳이 문득 떠올랐고, 갑자기 입안에는 스리랑카에 있을 때 먹었던 캐드..
그래 뭐. 모든 찌질거림은 집착에서 비롯하는 법. Alex Fox라는 기타리스트의 fire on wheels인지 wheels on fire인지 하는 전혀 내 취향이 아닌 곡을 까맣게 잊고 있다 하드디스크에서 발견하고 깜짝 놀랬던 것 처럼 - 그렇게 잊으면 되지 뭐. 집착따위 다 놓은줄 알았는데 아직 남아 있었어 젠장. 사실 다짐하기 위해 블로그에 이 글을 남기는 것도 좀 찝찝하긴 하지만, 그래 그만 찌질거릴래. 이제 정말 안녕히.
오늘 모의텝스 봤다. 모든 문항의 점수가 다 동일하다고 치고 계산을 해보니 856점이 나왔다(아 ㅅㅂ 눈물이 ㅠㅠ) 대충 감가상각하고나면 한 840일 것 같다. 고3때 피크를 달리던 시절 885. 그 이후로 영어와 인연 끊고 딩가딩가 놀았는데, 공부 하나도 안하고 일단 지금 얼만큼인가 알아보려고 쳐본건데(아 ㅅㅂ 또 눈물이 ㅠㅠ)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는 있다. 열심히 해서 950 넘겨야지 으흣;
전처럼 반짝거리는 예민한 감수성은 이젠 내게 없는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인격적으로 더욱 성숙하고 훌륭한 사람이 될지 고민하고 고민하는 열정도 이젠 없는 것 같다. 엄마손 파이나 새우깡이나 그게 그거 과자맛인 건가? 가오리를 보고 마음 아파하고 스스로의 장점을 열심히 찾아보던 스물셋의 소녀는 정말이지 '귀여웠'구나... 이제 슬슬 눈 밑에 잔주름이 보이는 나이, 남은 것이 단지 껍데기 뿐인 말장난이라면 얼마나 허무한가.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안타깝고 안타까운 마음들을 포근히 감싸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할텐데 지금 나는 얼마나 이루었는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왠만해서는 감정이 몸 상태까지 영향을 잘 안 미치는 편인데 오늘은 왠일인지 속이 다 쓰릴 정도로 화가 난다. 왜 이렇게 화가 나는 것일까. 한 번 남들에게 좋지 않은 이미지를 얻었던 경험을 되살리고 싶지 않은 마음이 분노로 표출되는 모양이다. 자존심도 퍽이나 상하는 것 같다. 이제 다시는 그런 이미지 남들에게 남기지 않겠다는 마음이 방어적인 수준에까지 이른 모양이다. 이런 문제는 앞으로 그러지 않으면 된다는 말로 해결이 될까. 화가 나는 내 마음의 표면이야 가라앉겠지만 진짜로 나는 그 때 그 일들이 괜찮은 것일까. 답이 안나온다. 어렵다.